도루코
2011. 2. 27. 00:57
난 참.. 성격이 희한하다.
결정할때 까지는 오래 걸리는데, 속으로 어느 정도 결정이 되면 더 고민도 안하고 굉장히 급해진다.
1월내에 해 치웠어야 했는데, 이사 하는데 힘들거 같다는 핑계로 안하고.
갑자기 더 미룰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짜고짜 전화 해서 검사하는 당일, 수술 하겠다고 예약했다.
검사를 마치고, 수술 시간 잡아 놓고, 나는 밖에서 대기 했다.
날씨가 미칠듯이 좋아서, 소개팅의 메카인 이곳에 어색한 남녀들이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눈을 보고 있는 동안.
난 '데이트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멍때리고 있었다.
당일 검사 당일 수술.
라식이 되면 바로 하고, 라식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시력교정 자체를 포기 하겠다고.
검사 결과는, 아주 양호.
몇년 전 MRI 촬영 결과 내 뇌가 그렇게 젊고 예쁘더니, 이번에 안검사 결과.
세포 수는 스무살 정도로 아주 건강, 양안 시력도 내가 알고 있는 것 보다는 덜 심각해서 고도 근시는 아니었고 난시도 심하지는 않았다.
렌즈 끼지 않고 안경 쓴 결과다.
유전자 검사도 정상. 그외 모든 것이 아주 양호. 각막 두께도 재수술이 가능할 정도의 두께.
단지 문제는 동공 크기였는데
동공 크기가 일반적으로 6mm 라면 내 동공은 9 이상으로 많이 큰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밤이 되면 빛이 번지고 시리고 더 피곤했구나.
요즘 기계가 좋아져서 동공 크기에도 맞춰서 조절이 된다고 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고
칼로 깎는게 아니라 레이저로 각도 딱 맞춰서 깎으니 각막이 밀릴리도 없고, 상처도 적단다.
안구 건조는 당연히 예상했는데 아주 심한건 아니라고 했다.
충혈이나 출혈도 적은 옵션으로 선택했고, 스마트폰으로 받은 쿠폰을 제시하고 최저가로 할인이 되었다고 했다.
검사는 두시간 이상이 걸렸고, 병원은.. 의체 교환을 위해 사람들이 보여 있는 업체 같은 느낌으로..
솔직히 약간.. 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검사는 물론이고 수술실에서도, 내가 수술하는동안, 배드 옆에 마련된 의자에 다른 환자가 대기 하는 식.
찍어내듯 수술한다.
시간은 15분 내외로 걸린다.
안과 병원은 금싸라기 땅, 금싸라기 건물의 두층을 쓰고 있었고, 검사 기계를 주우욱 따라다니며 여러가지 검사를 하는 동안 병원 안에 있는 카페 공간에서 음료를 마시며 보호자들은 놀 수 있다.
오전에 검사를 하고 오후에 수술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서.. 보호자로 오기로 한 문직이를 기다리며 주스 한잔을 더 마셨다.
...
사실은 앞이 잘 보였다. 안경은 안쓰고 있었고 수술 직후 시력은 0.4-5 정도로 내가 처음 안경을 쓰기 시작했던 초등학교 3학년때 정도.
시린감이 있었지만, 난 눈이 늘 시렸기 때문에 그냥 그 정도가 살짝 심한가 싶을 정도.
문직이가 왔길래, 바로 집에 가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는둥 마는 둥.
강남 대로를 거닐다가 집에 갔다.
준비해 간 모자도, 썬글라스도 필요 없었따.
수술 한다고 안경 교체를 미루고 또 미루고.
완전히 낡아서 나사를 조여가며 썼던 안경도 빠이빠이.
동공에 맞춰서 절개 한다더니 정말 출혈도 충혈도 없고 통증도 없다.
단지 눈을 옆으로 밀어서 뜨면 걷어냈던 각막의 선이 살짝 밀리는게 보이는데 아마 내일이면 다 붙을테고.
수술은 간단하고 아프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번 더 하겠냐면 그 정도로 기분이 좋지는 않은 수술이다.
그도 그럴것이.. 눈이 완전히 열린 상태로 각막 걷어 내는게 느껴지고
깎아낸다고 쪼이는 레이저에 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살짝 냄새도 난다. 아니라면 할말 없지만 난 느꼈다.
게다가 난 원래 마취가 빨리 깨는건지.. 한쪽눈 각막을 걷어 낼때는 .. 마취가 덜된 상태였다.
예전에 다른 수술 할 때는 수술 중간에 국소 마취가 풀려서..
.. 나는 그냥 가자고 했고, 의사 샘이 그냥 빨리 끝내겠다고 답했다. 유쾌하진 않은 일이지만. 뭐.
훗. 내 말 듣고 나면 별로 수술하고 싶지 않을껄.
아무튼 지금은, 소염제를 간헐적으로 넣으며 인공 눈물을 꾸준히 넣어주고 있고
전혀 아프지 않고
티비 화면의 자막이 흐리긴 하지만 꽤 잘 보인다.
자고 일어나면 훨씬 잘 보일 것이고
조금씩 더 괜찮아 질 것이라 한다.
딱히 쉴 것도 없이 수술방에서 나오자 마자 아이폰을 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질을 했다.
20년 넘게 쓴 안경을 더 쓰지 않아도 된다.
단지 회색이나 갈색 정도의 색이 들어간 이미지용 안경은 새로 하나 할 생각이다.
두개나 되는 도수가 들어간 물안경은 누구를 줘야 겠다.
신난다.